Universal Apostolic Preferences

보편적 사도적 선택(UAP)


보편적 사도적 선택(UAP)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에 걸쳐 예수회가 오늘날의 세계 안에서 어디로, 어떻게 파견되어야 하는지를 성령 안에서 함께 식별한 사명의 방향입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이나 전략 계획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예수회가 복음에 더욱 충실하게 응답하기 위해 선택한 공동의 지평입니다.

이 식별 여정에는 전 세계 모든 예수회원뿐 아니라 사도직에 함께하는 평신도 협력자들 또한 이 과정에 폭넓게 참여하였습니다. 기도와 성찰, 공동체적 대화와 나눔을 통해 각 지역과 현장의 목소리가 모아졌고, 그 모든 여정은 이냐시오 영성의 공동 식별 전통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식별의 결실은 예수회 총장인 아르투로 소사 신부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교황의 최종 인준을 받음으로써 예수회 전체의 공식적인 사명 방향으로 선포되었습니다.

‘보편적’이라는 말은 모든 예수회가 동일한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각자의 지역과 상황 안에서 공통의 방향을 바라보며 창의적으로 응답하라는 초대입니다. 보편적 사도적 선택은 전 세계 예수회가 함께 공유하는 기준점이자 나침반으로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열망을 일깨우며, 예수회를 하나의 사명 안에서 더욱 깊이 결속시킵니다.

예수회는 이 선택을 통해 오늘날 세상이 가장 절실히 요청하는 네 가지 핵심 영역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2029년까지 향후 10년 동안 복음의 가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정에 헌신하고자 합니다. 보편적 사도적 선택은 우리 모두를 향한 초대이며, 함께 배우고 식별하며 행동하도록 부르는 살아 있는 사명의 선언입니다. 복음의 가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 뜻깊은 여정에 함께 배우고 행동하며 동참해 주시기를 초대합니다.

[방한리뷰] 총장신부님의 그림자 - 김우중 스테파노 S.J. (총장 방한 촬영 담당)

< 총장신부님의 그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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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my shadow.”

 



총장신부님이 방한하신 지 삼 일째 되었을 즈음 신부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정말 그랬다. 나는 마치 그림자처럼 그분을 따라다녔다.

 

나는 지금 예수회 필리핀 관구가 운영하는 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있다. 올 초 총장신부님의 한국 방문이 확정되었을 때 관구장 신부님께서 한국에 와도 좋다고 초대해주셨다. 총장신부님을 직접 뵐 수 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1년여의 필리핀 생활 중에 잠시나마 한국에 다녀올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러나 들뜬 마음도 잠시, 부관구장 신부님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총장신부님 방한 기간에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다. 한국에 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하겠냐는 생각에 흔쾌히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한국에 들어왔을 때 총장신부님의 엄청난 일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든 공식일정에 나도 함께해야 했기 때문이다. 만나고 싶었던 가족들과 친구들이 떠올랐다. 시간을 가늠해보니 딱 가족들과 예수회 형제들, 그리고 친구 한두 명 정도만, 그것도 잠시 얼굴만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실망감이 몰려왔으나, 그 순간 총장신부님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요 며칠뿐이지만, 그분에게는 한국에 이어 곧바로 마카오, 홍콩, 대만, 일본으로 이어지는 강행군 아닌가? 그리고 그분의 삶 대부분이 이런 공식일정들로 채워져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분의 나이는? 총장신부님이야말로 당신 개인의 삶이 거의 없는, 진정한 의미에서 ‘봉헌’의 삶을 살고 있지 않으신가? 그런 생각이 들자 실망스러웠던 마음이 다소 수그러들었다. 총장으로서 당신의 사명을 다하시는 신부님처럼 나도 이 기간만큼은 내 사명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분을 따라다니며 궁금증이 생겼다. 이렇게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면서 기도 생활은 어떻게 하실까? 사실 나는 의무감 내지는 습관적으로 기도할 때가 많다. 부끄럽지만 기도와 삶이 동떨어진 느낌 역시 자주 받는다. 그런데 총장신부님을 보면서 기도가 그분의 삶 가운데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 중간 휴식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등 기회가 될 때마다 깊은 침묵 속에 잠기시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주교회의 본관, 서강대 이냐시오관 등 경당이 있는 곳을 지나칠 때는 아주 잠깐이었지만 십자가를 응시하는 모습에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계신 것처럼 느꼈다. 물론 그 순간에 총장신부님께서 어떤 ‘기도’를 하셨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열매를 보고 나무를 알 수 있듯이, 그분이 보여준 언어와 행동은 단순히 시간을 따로 내서 기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도와 활동이 통합된 ‘활동 중의 관상’을 살아내고 계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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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더욱 확실히 느낀 것은 DMZ를 방문했을 때이다. 신부님께서는 그곳을 하나의 공식일정으로써만 방문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미 육군 소속의 Morrow 중령이 우리 일행을 수행하였는데, 우연히도 예수회가 운영하는 미국 Boston College 출신이었다. 그리고 한창 건축 중인 JSA 성당을 방문한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님도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총장신부님과 그분들은 금세 친구가 된 것처럼 가까워졌다. 그것은 단지 신부님의 성격 때문만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그분의 진심이 그분들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측하지 못한 여러 만남과 우연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신부님의 사랑과 진심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하느님께서 총장신부님을 통해 일하시고 그분과 함께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DMZ 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그만 다리를 헛디뎌 계단에서 구르고 말았다. 덕분에 인대가 심하게 늘어났고,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한숨이 나왔다. 하필이면 아직 일정이 반이나 남았을 때 이렇게 되다니. 촬영을 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끝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때 또 한 번 총장신부님이 떠올랐다. 신부님도 총장으로서 당신의 사명을 다하고 있듯이 나도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여전히 아프긴 했지만, 전날과 달리 천천히 걸을 수는 있었다.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결국, 모든 일정이 끝난 후 깁스를 해야만 했다.

 

마지막 날까지 나는 사진을 찍었다. 공항 출국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순간에도. 그러자 신부님은 나를 보고 카메라를 내리라는 손짓을 하며 다가오셨다. 그때에도 나는 사진을 찍었다.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야 비로소 카메라를 내렸다. 그러자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아주셨다. 바로 그때 우리가 예수회 안에서 한 형제라는 사실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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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장신부님과 나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그분은 예수회의 최고 장상이고, 나는 연학수사이다. 그분은 나이가 많고, 나는 젊다. 그분은 방한 일정의 주인공이었고, 나는 그분의 그림자였다. 그러나 그분이 총장으로서 당신의 사명을 다한 것처럼, 나도 사진 담당으로서 나의 사명을 다하였다. 총장과 그분의 그림자로서 완전히 다른 둘이었지만, 우리가 하나임을 느꼈다. 같은 성령, 같은 주님, 같은 하느님 안에서.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1코린 12,4-6)


 

김우중 스테파노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