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with the Pope

교황님 기도지향

2025년 10월 - 다양한 종교 전통 간의 협력

2025년 10월의 교황님 기도지향: 다양한 종교 전통 간의 협력

 

(글_ 최재석 프란치스코 신부)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선언문들 중 하나인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Nostra Aetate〉에서 다음과 같이 선포합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인류를 온 땅 위에 살게 하셨으니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민족의 기원은 하나이고, 그 궁극 목적도 단 하나 곧 하느님이시다. 좋으신 하느님의 섭리와 구원 계획이 모든 사람에게 미치고, 마침내 하느님의 영광이 빛나는 거룩한 도성에, 뽑힌 이들이 모일 것이며, 거기에서 모든 민족이 하느님의 빛 속에서 거닐 것이다.” (1)

 이러한 정신에 따라 지난 4월 선종하신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며 특별히 종교 간의 대화를 강조하셨습니다.

 “종교가 갈등을 조장하는 도구로 종종 전락하는 이 분쟁의 시대에 여러분의 증거는 기쁨의 원천이자 위로의 원천입니다. 종교 간 대화는 세계 평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고, 따라서 다른 종교 공동체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의무입니다.” (2)

 이러한 의무의 훌륭한 한 모범으로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과 관련된 일화 하나가 떠오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심산 김창숙 선생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심산상을 2000년에 수상하셨습니다. 심산 선생님은 독립운동가이자 민주운동가이며, 성균관대학교의 설립자 겸 초대 총장을 지낸 분입니다. 이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던 것은, 추기경님이 수상자의 관례로써 심산 선생님의 기일에 그 묘소 앞에서 ‘과연 큰 절을 할 것인가 아니면 간단한 묵념으로 대신할 것인가’였습니다. 당시로서는 초유의 상황인 데다가 이에 대한 의견들도 다분했기 때문에 당일까지 긴장감이 감돌았다고 합니다. 묘소를 참배하려면 유교식으로 절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구도 추기경님께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추기경님의 선택은 거리낌 없이 두 번 큰절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후에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추기경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이 어른(심산 김창숙)이 살아 계셨다면 마땅히 찾아 뵙고 절을 했어야 하는데 돌아가셨으니 묘소에서 절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3)

 2009년 2월에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시자, 40만명의 추모객들이 명동성당을 찾았습니다. 가톨릭 신자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이 그 추운 날씨 속에서도 몇 시간을 밖에서 줄을 서 기다리며 추기경님께 추모를 드렸습니다. 심지어는 당시 지상파 방송 3사 모두가 그분의 삶을 조명하며 장례미사를 생중계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추기경님의 안구 각막 기증이 알려지자 전 사회적으로 장기기증 문의가 빗발쳤다는 소식은 너무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한국 천주교의 어른으로서 보여주신 이러한 모범은 오늘날에도 우리 모두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 전통 간의 협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지금, 모든 종교들이 평화와 정의와 형제애를 증진시키는데 협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각주1) https://maria.catholic.or.kr/dictionary/doctrine/doctrine_view.asp?menu=concil&kid=15&seq=3570

각주2)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4-06/papa-dialogo-interreligioso-movimento-focolari-pace-conflitti.html

각주3)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58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