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vince History

한국관구 역


준비기
개척기
성장기
투신과 도약
준비기: 기다림의 시간 (1943~1954)

한국 예수회의 역사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난 간절한 염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43년,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미래를 위해 인재 양성을 담당할 고등교육기관의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로마의 예수회 본부에 대학 설립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였습니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이라는 거대한 시련 속에서 논의는 잠시 중단되는 듯 보였으나 교육을 향한 한국 교회의 열망은 오히려 더욱 깊어졌습니다. 마침내 예수회 로마 총원은 미국 위스콘신 관구를 한국 미션의 담당 관구로 지정하였고, 1954년 10월 30일, 독일 출신으로 일본 관구에서 활동하던 게페르트 신부가 대학 설립이라는 특명을 띠고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노기남 대주교의 첫 요청이 있은 지 10여 년 만에 마침내 한국 예수회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개척기: 희망의 초석을 놓으며 (1950~60년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시작된 개척의 여정은 험난했지만 동시에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1955년 한국 미션이 공식적으로 설립되자 만주와 일본 등지에서 이미 예수회에 입회하여 활동 중이던 한국인 예수회 신부들은 미국 선교사들과 함께 서울 서소문에 모여 첫 공동체를 형성하였습니다. 이어 1960년, 지성 교육의 요람인 서강대학교가 개교하며 예수회 교육 사도직은 본격적인 결실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1964년에는 한국 자체 수련원을 설립하여 이 땅에서 직접 수도자를 양성하는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시기 예수회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시대의 아픔에도 응답하였습니다. 급속한 경제 성장 이면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1966년 산업문제연구소를 설립하였는데, 이는 ‘교육과 영성, 그리고 사회적 투신’이라는 예수회 고유의 정체성을 한국 사회 안에 분명히 새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장기: 자립을 향한 발걸음 (1970~2000년대 초반)

1970년대, 독재와 심화되는 빈부 격차라는 사회적 시련 속에서 예수회는 더욱 의식적으로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를 선택하며 낮은 곳으로 향했습니다. 이 시기에 본격화된 도시 빈민 사목은 시대의 고통에 응답하는 예수회 사회 사도직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영성 사도직의 토대를 확장하기 위해 수원에 말씀의 집을 개관하여 많은 신자들이 이냐시오 영성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길을 열었습니다.

1980년대는 한국 예수회 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전환점이 마련된 시기였습니다. 1980년 첫 한국인 지부장이 임명되었고, 이어 1985년에는 위스콘신 관구로부터 독립하여 총장의 직접 관할 아래 놓이는 ‘한국 독립 지구’로 승격되었습니다. 이는 한국 예수회가 스스로의 사명을 식별하고 책임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자립의 기반을 갖추었음을 의미합니다.

1990년대 이후 양성을 마친 한국인 회원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사도직 역시 더욱 풍성하게 확장되었습니다. 이 무렵 이주노동자를 위한 센터인 김포이웃살이, 현대인의 영적 갈증에 응답하는 이냐시오 영성연구소가 차례로 설립되었습니다. 2002년에는 이한택 신부가 한국 수도자 최초이자 한국 교회사에서 처음으로 수도자 출신 주교로 서품되었는데, 이는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 예수회의 헌신이 맺은 상징적인 결실이었습니다.

투신과 도약: 보편적 사명을 향하여 (2005~현재)

한국 진출 50주년을 맞이한 2005년 9월 1일, 한국 예수회는 마침내 ‘한국 관구’로 승격되었습니다. 관구 승격 이후인 2006년에는 캄보디아 미션을 전담하게 되면서 해외 선교의 지평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나갔습니다. 이어 2010년에는 재단법인 기쁨나눔을 설립하여 국제 원조와 나눔 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국내적으로도 우리 사회의 필요와 아픔이 머무는 현장에서 예수회의 투신은 계속되었습니다. 순천 예수회 영성센터, 서울 예수회센터, 마지스(Magis) 청년센터가 차례로 문을 열었고, 2015년에는 제주 강정마을에 공동체를 설립하여 평화와 정의를 위한 현장에 깊이 참여하였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 예수회는 평신도 동반자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시대적 부름에 응답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선교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이가 일상의 삶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끊임없는 회심의 여정을 살아가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