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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영성] [강론] 2019년 7월 31일 이냐시오 성인 대축일 강론 - 정제천 요한 S.J.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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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31일 이냐시오 성인 대축일 강론

정제천 요한 S.J.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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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냐시오 성인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 교회가 어떤 모습일까요

500년 전 교회는 타락과 분열과 위기의 시기였고, 교회는 유럽에만 존재했습니다. 만일 우리 교회 역사에서 이냐시오 성인이 없었다면 가톨릭은 유럽의 종교일 뿐, 보편적인 가톨릭 교회는 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감히 상상해 봅니다예수회는 교리 교육과 아동 청소년을 위한 대중 교육을 실시해서 국민들의 교육 수준을 높였고, 천문 과학 등 당시 최첨단 학문을 연구 보급하였으며 신대륙 발견과 함께 신앙을 전 세계에 보급시킨 공헌을 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도 마태오 릿치, 아담샬 등 예수회 선교사들의 도움을 간접적으로 받았습니다. 예수회원들이 저술한 수많은 한역 서학서들이 없었더라면 조선 땅에 누가 복음을 전파했겠습니까? 이런 책들을 번역하여 보급하였기에 짧은 시간에도 깊은 신앙을 얻을 수가 있었고, 박해가 일어나자 목숨을 내걸고 신앙을 지켰던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의 보고서에는 이냐시오 영신수련 피정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도 연구가 계속되면서 새로운 면들이 더욱 밝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적인 공로와 치적의 나열이 아니라, 이냐시오 정신의 뿌리를 묻는 일일 것입니다. 이냐시오의 후배로서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 위해 무엇이 중요합니까? 오늘 복음에 잘 나와 있습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아주 강하게 들립니다. ‘자기 소유를 다 버리는 데에 그 비결이 있다는 것이죠. 물론 이 복음이 예수회원들에게만 향해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냐시오와 그 후배들의 삶을 통해서 이 복음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복음은 이냐시오의 축일에 특별히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황님과 동갑내기인 존 메이스 신부님이 당신 생애는 한 마디로 out of the blue라고 했습니다. ‘느닷없이, 뜬금없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에 오신 것도 ... 한국을 떠나신 것도 ... 필리핀에 가신 것도 ... 동티모르에 가신 것도 ... 캄보디아에 가신 것도 ... 그리고 캄보디아를 떠나 미국으로 가실 수밖에 없게 된 것도 ... 오직 하느님만이 아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작년 가을에 미국에 휴가 가셨다가 여동생 집에서 주무시는 중에 돌아가신 민신부님도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따라 살아가라고 저희들에게 유언처럼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하느님도 모르시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회의 전체 재산 규모, 수녀회의 숫자, 예수회 총장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를 하느님도 모르신다는 겁니다. 예수회가 두드러지게 활약한 때는 역설적이게도 교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였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쇄신을 해야 살아남는다, 아니 예수님의 제자들의 교회가 될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소집되었습니다. 당시 총장으로 뽑힌 아루페 신부님은 전통과 쇄신 사이에 식별과 갈등과 논쟁의 한 가운데에 몸을 던지셨습니다. 그분은 198187일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10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199125일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루페 신부님의 생애 모토 역시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1933년 연학수사 때에 적은 기도문입니다. “오 주님, 당신을 사랑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당신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제 뜻대로 하지 않도록, 필요하시다면, 저를 묶어주시고 못 박아주십시오.” 예수회 입회 50주년 기념 미사에서도 똑같은 취지의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제 인생의 중요한 단계들, 제 여정의 근본적 전환점들은 항상 생각지도 않게 일어났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부조리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안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알아보아야 했습니다.” 돌아가시는 순간에 하신 말씀도 이와 같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평생 저는 주님의 손길 안에 머물기를 원했습니다. 지금도 그것만 바랍니다. 차이가 분명 있긴 합니다. 지금은 주님께서 주도권을 전부 다 갖고 계십니다. 저는 주님의 손길 안에 온전히 놓여 있다고 느끼고 또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심오한 경험입니다.”예수님이 그렇게 사셨으니 그분의 제자라면 이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아버지의 뜻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하고 동의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릅니다. 보름 전에 한국을 다녀가신 아르투로 소사 총장 신부님은 아루페 신부님의 시복시성 절차를 공식적으로 시작한다고 선포하였습니다. 아루페 신부님의 전구에 힘입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의 참 제자로 산다면 그거야말로 시복시성에 필요한 기적보다 더 소중한 기적이요 기쁨이 될 것입니다. 저희 예수회원들이 모두 그렇게 살 수 있도록 기도로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전임 총장 니콜라스 신부님이 200년 주기론을 소개한 일이 있습니다. “수도회의 탄생과 소멸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것인데, 저자는 2천년 교회 역사상의 수많은 수도회들의 명멸을 연구 조사했습니다. 결론 중에 하나는 대략 200년이 큰 고비라는 것입니다. 어떤 수도회가 탄생할 때에는 시대의 징표를 꿰뚫는 카리스마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하여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가난하게 열심히 살다가 200년 정도 지나면 애초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수도회에 위기가 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때 해산되었다가 1814년에 재건된 예수회의 역사를 상기시키면서 2014년 이후를 잘 보내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습니다. 한때 회원수가 3만명에 육박하는 때가 있었고, 지금도 만오천 명이나 되는 거대한 몸집을 가진 예수회가 무슨 수로 자체 쇄신을 하나, 하고 체념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2년 전 총장 신부님이 예수회 전체를 공동식별에 초대하였습니다. 식별의 주제는, 예수회가 한 몸을 이룬다고 할 때에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어디가 될까, 였습니다. 이것을 보편적 사도적 선택의 공동식별이라고 합니다. 이냐시오 당대에 회원이 10명이었을 때에 썼던 공동식별의 방법을 적용해서 만오천 명의 회원들과 부지기수의 협력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1년 반 동안 식별했습니다. 식별 결과를 교황님께 맡겨드렸습니다. 교황님은 올해 2월에 이것을 승인하셨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놀란 것은 우리의 지역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 보편적 사도적 선택에 그대로 채택된 것이었습니다. 지역 문제에 성심껏 응답하는 것이 곧 보편교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된다는 것이겠지요. 우리는 이것을 받아서 때마침 우리 관구에서 작업 중이던 관구 중장기계획의 골격으로 삼아서 향후 10년간 관구 사도직계획으로 완성하였습니다. 그 기본 정신은 내가 잘 하는 것, 내 뜻대로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이 미사를 마친 후에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입니다. 발표는 이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온 이근상 신부님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예수회를 사랑하시는 은인들에게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세상을 어떻게 보고있는지를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어주시고 격려와 지도 편달을 부탁드립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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