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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예수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박종인 신부의 '교회상식 속풀이', "1918년도 팬데믹 때 가톨릭 교회는?" (20…

2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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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신부의 <교회상식 속풀이>
1918년도 팬데믹 때 가톨릭 교회는?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작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가 세계를 지배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100여 년 전인 1918년에도 전 세계를 마비시킨 전염병이 창궐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략 5000만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어쩌다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었음에도 전쟁으로 죽은 이들보다 감기 바이러스로 사망에 이른 이들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계대전이라는 사건이 이 팬데믹을 가려 버렸습니다. 코로나19처럼 어마어마한 일이었는데도 말이죠. 1차 세계대전 당시 스페인은 전쟁에 말려들지 않았던 상황이라 전쟁보다는 이 치명적인 독감에 대해 거론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스페인이 독감의 진원지가 아님에도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코로나19로 고생하고 있는 지금과 100여 년 전의 진행 양상이 흡사하다고 합니다. 당시를 거울 삼아 현재 상황을 전망해 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가톨릭 교회는 당시에 어떠했는지 궁금하다는 친구가 있어서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100년 전의 가톨릭 교회, 좀 더 범위를 넓혀서 그리스도교의 여러 교회들은 대부분 이 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의 잘못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결과로 하느님의 진노를 샀다고 이해했습니다. 누구는 세상의 종말을 말하며 회개를 촉구했고, 누구는 과연 하느님의 뜻은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또 누구는 하느님의 진노를 말하는 것보다 지금 아픈 이들을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영웅적인 이들도 있었습니다.
 
미사를 멈출 수 없다고 끝끝내 주일 미사를 강행한 성직자와 신자들이 있는 반면에, 마스크를 쓰고 나름대로의 방역대책을 마련하여 주 정부를 설득하려 했던 협상파 교구도 있었습니다. 후자는 독감 바이러스를 방지하는 과학적인 안내를 수용하면서 신앙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한 이들로 보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병자들을 돕는 데 전투적으로 임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지역의 교회가 다양한 태도를 보였지만 당시의 교황이 어떤 특정한 지침을 내렸다는 자료는 못 찾았습니다.

코로나19에도, 오늘의 가톨릭 교회는 현대 기술을 이용하여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미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한계가 있다고 해도 교회와 연결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습니다. "신령성체"라는 단어도 새삼 인기 있는 검색어가 되었고요. ("신령성체를 아시나요?"도 같이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신령성체가 이런 세계적인 전염병과 관련해 생겨난 개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령성체는 실제의 영성체가 아니라, 성체를 모시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을 가지고 마음으로 영성체를 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트리엔트 공의회 문헌을 통해 보면 "신령성체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행위를 애덕으로써 가능케 하고 천상 양식을 얻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생생히 살아 있는 신앙을 가진 자"라고 설명합니다.("가톨릭 대사전" 참조)

정리하자면, 스페인 독감 때나 지금이나 전염병을 대하는 그리스도교의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가톨릭은 과거에 비해 로마와 지역교회의 보편적인 안내를 보여 줍니다. 의료계에서 제시하는 기본적인 방역지침에 우호적입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세계적 대재앙을 통해 우리는 분명히 우리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과 맺고 있는 관계가 어떻게 흐트러져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에 빠진 이웃을 돕는 데 일손을 보태야 하겠습니다. 정작 내가 어려움에 빠졌다면 교회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 일입니다.

인류가 차지하는 이득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만큼 다른 피조물이 희생되어 왔다는 사실을 인지 못한다면 결국 그 무지 자체가 "죄"고 결국은 인류의 멸종을 야기할 것이라는 여러 징후들이 보입니다. 하느님의 자리에 인간의 탐욕을 끼워 넣는 어리석은 일을 멈춰야 합니다.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박종인 신부의 교회상식 속풀이 (2021.04.2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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