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소식

[총원소식] 연학수사와 함께한 총원 양성담당 마크 라비차(Mark Ravizza, SJ)신부 나눔 정리 - 김민 사도요한 신부

20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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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보편적 사도적 선택(UAP)은 하느님의 꿈을 우리가 함께 꾸는 것이다.”

-연학수사와 함께 한 총원 양성담당 마크 라비차 신부 나눔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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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민 사도요한

 

 

흔히 예수회에서 UAP라고 부르는 보편적 사도적 선택은 최근 2년 동안 예수회를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단 전체 예수회의 모든 관구와 지구에서 향후 10년 동안 예수회를 이끌 방향에 대해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전 세계에 예수회 지역구는 6개가 존재합니다. 한국 관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구에 속하지요. 이렇게 큰 단위가 모두 다 함께 공동 식별을 한 것만 해도 전무후무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나눈 결과물을 각 지역구에서 각 관구의 관구장들이 함께 모여서 또다시 의견을 교환하고 이렇게 모아진 결론들이 로마로 올라가서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쳐서 작년에 보편적 사도적 선택이라는 짧은 문헌으로 발표가 되었습니다.

 

사실 예수회의 의사결정은 상당부분 탑다운 방식입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기도하고 함께 대화를 하면서 나온 결과물을 각 관구에 전달해서 시행하는 식입니다. 그렇게 나온 문헌들이 이른바 총회문헌들입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총회문헌은 제36차 총회문헌(2016)입니다. 총회문헌들은 꽤 두툼합니다. 충분히 책으로 나올만한 분량입니다. 내용도 매우 좋습니다. 영적 독서로 읽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편적 사도적 선택은 도저히 책으로 나올 분량이 아닙니다. 고작 10페이지 분량의 매우 짧은 문헌이니까요. 게다가 내용도 간단합니다. 다시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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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영신수련과 식별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을 보여준다.

둘째, 가난한 이들, 세상에서 쫓겨난 이들, 인간 존엄성에 상처 입은 이들과 함께 화해와 정의의 사명을 수행한다.

셋째, 청년들의 희망찬 미래 창조 여정에 동반한다.

넷째,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는 일에 다른 이들과 협력한다.

 

보편적 우선적 선택이 발표되었을 때, 예수회원들이 느꼈던 감정은 혼란스러움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영신수련과 식별은 이미 영성사도직에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는 사회 사도직에서, 청년들은 청년사도직에서,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는 일은 생태환경 파트에서 이미 하고 있는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이 문헌이 최근에 나왔던 예수회 문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헌이라고 했지요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반응이었을까요?

 

스페인 관구장 출신인 어떤 신부님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UAP가 발표되었을 때 스페인 예수회원들은 당혹감에 휩싸였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역동으로서의 보편적 사도적 선택

마크 라비차 신부님이 지난 120일 한국관구 양성기 수사들과의 만남에서 했던 이야기에서 이 물음에 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UAP는 전적으로 새로운 방식입니다. 원래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어떤 고정적인 목표입니다. 지난 제35차 총회문헌에서 확인했던 사도직 우선순위에서 이야기했던 중국, 아프리카, 지성 사도직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UAP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살아가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고정된 목표가 아니라 역동이며 성령에 의해서 우리가 인도되는 것이지요. 우리의 일상의 여정 속에서 일궈내는 것입니다.”

 

좀 분명하게 이해가 되나요? 사실 이 이야기는 이미 아르투로 소사 총장님이 수차례 강조한 것입니다. UAP와 관련되어 수차례 나온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사명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 우리는 우리가 파견된 사명이 단지 우리의 일상 삶과 유리된 어떤 직장 같은 것이 아니라 삶과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것입니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지요. 그래서 UAP를 말할 때 회심과 변화라는 단어가 함께 언급됩니다.

 

 

 

함께 하느님의 꿈을 꾸는 것으로서의 보편적 사도적 선택

마크 신부님의 나눔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한번 직접 보시죠.

 

“UAP는 하느님께서 우리 예수회에 대해서 꿈을 꾸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예수회에 대해서 꾸고 있는 꿈은 바로 여러분과 같은 젊은 세대들이 변화의 다리를 놓으리라는 꿈입니다. 경제적으로 갈라진 남과 북(한반도의 남북이 아니라 전 세계의 빈곤한 남반구와 부유한 북반구)의 문제,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의 시대, 예수회 내의 인구학적인 변화의 상황이라는 전환기의 시기에 여러분이 다리를 놓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꿈이 바로 UAP입니다. UAP는 이렇게 하느님의 꿈이 우리의 꿈이 되라는 초대입니다.”

 

그 시간을 함께 했던 관구의 젊은 수사님들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척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 함께 힘을 모아서 심기일전합시다! 이런 말이 아니라 우리 함께 영신수련과 식별을 통해서 함께 꿈을 꾸어봅시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과 청년, 어머니 대지의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들 곁에 서있는 꿈을 꿔봅시다... 이런 말이 리더 그룹에서 나오는 것이 참 기분 좋습니다.

 

 

공동식별과 영적 담화

마크 신부님이 여러 차례 분명하게 표현한 것이 있습니다. UAP는 사제로 활동하는 예수회원들보다는 양성 중인 젊은 예수회원들이 미래에 대해서 꿈을 꾸도록 초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총원의 양성담당으로서 마크 신부님은 젊은 양성기 회원들이 UAP의 주역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의 나눔에서 보다 명확해집니다.

 

“UAP를 숙고하고 식별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공동식별이 매우 중요시 되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미국 본당의 어느 자매님이 저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공동식별은 정말 대단한 방식입니다. 부디 우리 본당에서도 이러한 관행을 따를 수 있도록 사람을 보내줘서 가르쳐주십시오.’ 이에 대해서 저는 아직은 그런 사람이 없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동식별은 저희에게도 아직 생소한 것이니까요. 이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이 인용문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할 듯 합니다. 공동식별이 생소하고 이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니요? 예수회원이라면 초기 양성 때부터 공동식별에 대해서 말을 많이 들어왔던 것을 고려하면 좀 이상한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마크 신부님의 의견을 더 경청하면 이해가 됩니다. 마크 신부님의 설명에 따르면, 2차 바티칸 공의회 시기 영신수련이 재발견됩니다. 물론 영신수련에 대해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지만 실제로 제대로 이냐시오가 애초에 고안했던 대로 행한 것은 뜻밖에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카리스마로 돌아가라는 주문에 따른 것입니다. 사실 영신수련 뿐만 아니라 예수회 회헌 역시 이 시기에 재발견된 것이지요. 36차 총회에서 이냐시오 성인과 그 초기동료들의 베네치아 체험이 재발견되면서 그들이 행했던 공동식별의 관행이 우리의 회의 방식에 다시 들어오게 됩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마크 신부님은 아직은 생소한 것이다라는 평가를 내리게 된 것입니다.

 

공동식별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 영적 담화입니다. 사실 이 영적 담화는 많이 오해되어온 용어입니다. 어떤 이들은 일상생활, 예컨대 점심이나 저녁식사 자리에서 행하는 대화가 영적인 대화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마크 신부님이 영적 담화를 이야기할 때에는 공동식별과 관련된 것입니다. 영적 담화는 일종의 방법론입니다. 우리가 회의를 할 때 대체로 우리는 우리의 견해들을 나누고 그 차이를 보면서 중간의 협상지점을 발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협상의 지점이 잡히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때 회의는 심각한 격론과 논쟁이 되지요. 영적 담화는 이러한 방식의 회의방식이 아닙니다.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입니다. 즉 내 생각을 정리해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는 시간인 셈입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이야기에서 성령의 움직임을 면밀히 보아야할 것이니까요. 그래서 영적 담화는 이야기의 나눔-침묵 속의 경청-침묵 속의 숙고의 다이나미즘을 갖습니다. 이 영적 담화는 UAP에 도달하는 공동식별의 과정 속에서 우리에게 소개된 아주 소중한 재발견된 유산이지요.

 

아무튼 마크 신부님은 이러한 공동식별과 영적 담화가 마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영신수련이 예수회 문화의 원천으로 재발견되고 뿌리를 내리듯이 오늘날 젊은 양성기 회원들의 행동양식으로 자리 잡기를 바라고 계신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는 여러분의 몫입니다라고 말씀하신 것이겠죠.

 

정리하자면 마크 신부님의 나눔은 매우 유익한 것이었습니다. UAP에 대해서 매우 훌륭한 또 하나의 각주가 되었으니까요. 전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구에서 일하는 크리스티나 켕 선생님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제가 UAP는 알면 알수록 끝을 알 수 없는 샘과도 같다고 말하니 크리스티나 선생님이 동의를 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사실 UAP는 바닥없는 우물과도 같아서 우리가 기도 속에서 이를 성찰하면 할수록 우리가 그토록 목말라 하는 생명의 물이 길어지는 샘과도 같다.” 분명한 것은 UAP는 이제 우리의 화두가 되었고, 우리는 이 화두를 더욱 물고 늘어져서 우리의 삶-사명의 통합의 원천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마크 신부님의 나눔은 UAP에 관한 훌륭한 각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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