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 소식

[공지] [리포트] 예수회 사회사도직 50주년 기념 한국 관구 컨퍼런스 : 기억과 약속

2019.11
28

본문

‘기억과 약속’ 예수회 사회사도직 50주년 기념 컨퍼런스

 

기억과약속3.jpeg

우리의 활동은 미래를 꿈꾸도록 하고 있는가?
우리의 활동은 이웃과 벗에게 꿈을 꾸도록 초대하고 있는가?

 

 2019년 11월 22일,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가슴에 안고 40여 명의 예수회원과 협력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예수회의 사회정의와 생태환경을 위한 사무국, SJES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이번 컨퍼런스는 ‘기억과 약속’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특히 한국 예수회 사회사도직의 과거를 기억하며 오늘을 성찰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시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모든 참가자들은 한국 예수회 사회사도직의 시작을 열고, 많은 회원들을 사회 정의를 위한 투신의 길로 이끌었던 두 분의 선구자 바실 프라이스 신부님과 정일우 신부님의 삶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정다빈 연구원은 ‘잊혀진 기억의 발굴, 바실 프라이스와 산업문제연구소’를 주제로 프라이스 신부님의 삶과 한국 최초의 노동 문제 연구소 산업문제연구소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1923년 미국 네브라스카 주에서 태어나 1914년 예수회에 입회한 바실 프라이스 신부님은 1957년 한국에 파견 받습니다. 이후 2004년 한국 땅에서 선종하기까지 47년을 한국과 서강을 위해 헌신합니다. 함께 파견 됐던 스파라틴 신부님께서는 “그분의 한국 미션에 대한 헌신은 완전하고 전면적인 것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겸손과 청빈, 제자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으로 기억되는 프라이스 신부님은 시대의 징표를 읽고 용기있게 응답했던 분이기도 합니다. 60년대부터 신용협동조합 출범,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다양한 단체 조직,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창립 등을 통해 엄혹했던 한국사회의 부정의에 맞서 사회 정의를 위해 투신하신 것입니다. 특히 1966년에는 서강대학교 부설 산업문제연구소를 개설해 교육과 연구를 통해 자주적이고 책임있는 노동조합 양성과 사회 정의 증진에 앞장서게 됩니다.

 

 프라이스 신부님과 산업문제연구소는 사회의 기초를 바꿈으로써 사회 정의를 증진하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의 가치를 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노동자들과 학교 사이의 다리가 되었던 산업문제연구소는 가난한 이들의 현실에 함께 머무는 예언자적 현존과 근본적 사회구조 변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사회사도직 두 가지 축 사이에서 양자의 조화를 보여주는 드문 사례를 보여줍니다. 정다빈 연구원은 “산업문제연구소의 유산은 우리가 싸우고 있는 이 세상의 악에 대해서 우리는 충분히 지적으로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는지, 우리는 얼마나 사회의 기초를 바꾸기 위한 본질적 노력에 힘 쏟고 있는지 물어온다.”며 프라이스 신부님과 산업문제연구소의 유산을 짚었습니다.

 

 이어 생전 정일우 신부님과 오랜 세월 함께 지내고 함께 일했던 성심수녀회 남궁영미 수녀님이 ‘기억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기, 정일우 신부님을 기억하며’를 주제로 신부님의 삶을 회고했습니다. 정일우 신부님은 1935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나 1953년 예수회에 입회하였고 1960년 처음 한국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1973년, 복음을 몸으로실천하고자 청계천 판자촌으로 들어가 20여 년 동안 빈민운동에 투신하셨습니다. 남궁영미 수녀님은 “정일우 신부님은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에서 바라보며 역사의 현장에 참여했던, 가난한 이들의 친구요 아버지요 스승이셨다”고 신부님의 삶을 돌아보았습니다. 신부님은 화려하고 요란한 것이 아닌 초라하고 냄새나는 곳에 찾아가 함께했으며 “교회가 가난한 사람에 의해 구원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가르친 핵심은 ‘가난’이었다며 ‘가난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찐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꿈꾸며 머무시는 곳 어디서나 성직자와 평신도, 수도자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사셨습니다. 미사 역시 신자와 비신자가 한데 어우러져 하소연하고, 위로 받는 축제가 될 수 있음을 알려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남궁영미 수녀님은 “정일우 신부님은 활동과 현존 사이의 긴장을 긍정적으로 살아내신 분”이라며 “기도하지 않으셨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유산을 우리에게 남겨주셨다”고 회고했습니다. 또한 “정의롭게 행하는 것, 따뜻하게 사랑하는 것, 겸손되이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이 신부님의 삶이였던 만큼 그 따뜻한 기억과 배움을 우리 삶에서 실천하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억과약속1.jpeg

 

 이어진 영적담화에서 참가자들은 두 신부님의 투신에서 각자의 배움과 소회를 서로 나눴습니다. 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젖어드는 가난과, 가난을 말하지만 가난한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 교회의 모습에서 느끼는 막막함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결핍과 부족함 가운데 가난이 갖는 풍요에 천착해야 함을 되새겼습니다.

 

 한편 사제 지간이기도 했던 프라이스 신부님과 정일우 신부님의 관계성에 대해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프라이스 신부님은 한국 미션 파견 전 예수회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정일우 신부님은 프라이스 신부님처럼 살고 싶다는 열망에 예수회 입회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두 분은 모두 일평생 정의를 위해 투신하는 삶을 사셨지만 각자 그 투신의 모습은 달랐습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존경하고 지지하며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정의를 위한 투신에서 머리와 발과 같은 일을 했던 두 분의 삶을 돌아보며 각자의 사도직을 수행하면서도 마음과 목표의 일치를 지향하자는 성찰과 제안이 뒤따랐습니다.

 

 이처럼 시대의 징표에 응답하며 투신했던 선배 예수회원들의 삶을 돌아본 제1세션에 이어 오후에 열린 제2세션에서는 관구 사회사도직의 현재에 대한 인식을 나누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안하는 시간이 열렸습니다.

 

 먼저 연학수사님들을 대표해 사회사도직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양승환 수사님께서 젊은 회원으로서 사회사도직의 오늘과 미래에 대해 제언했습니다. 양승환 수사님은 무엇보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열심히 활동하지만 이 활동들이 어우러져 ‘우리의 활동’이 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이는 비단 사회사도직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예수회원끼리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질문하며 각자의 사도직으로 바쁜 가운데 정작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성찰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프라이스 신부님을 기억하고 정일우 신부님과 함께 살았던 선배 예수회원들과는 달리 두 분에 대한 기억이 없고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공감의 폭도 적은 후배 회원들에 대한 존중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소통과 대화만이 갈등과, 오해, 냉소와 체념을 이겨내는 길이 될 것이며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축복임을 상기했습니다.

 

 이어서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이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무처장이신 나승구 신부님께서 예수회 밖의 눈으로 바라본 예수회 사회사도직에 대해 발표해주셨습니다. 발표에 앞서 나승구 신부님은 “예수회원들과 같이했던 자리들은 대체로 가장 험하고 고통스럽고 아픈 자리였다”고 말하며 소외되고 낮은 곳에서 함께했던 예수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더불어 교구 역시 사회사목 현장에서 많은 원칙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퇴색되고 가난한 이들은 분자화되는 가운데 혼란을 겪고 있음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특히 사회사도직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회원들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공감했습니다. 나승구 신부님은 어떻게 일을 할 지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진짜 가야할 길을 가지 못하는 오늘에 대해서 “결국 우리는 다시 예수님이 오늘날 이 세상에 오신다면 어떤 일을 하실까? 그 근본에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정욱 신부님께서 총 3개의 시기로 관구 사회사도직을 정리해 사도직 대상과 형식, 그리고 그 특성은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짚어주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무엇보다 “가난에 대한 새로운 체험과 정의가 필요하다”며 “가난을 살고, 예수님의 삶을 따르는 삶은 내 희망과 내 믿음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믿음과 희망에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더불어 우리가 그들에게 주는 구원이 아닌 가난한 이들이 바라는 구원을 볼 수 있는 방향적 회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관구 사회사도직이 당면한 과제와 각자의 제안을 주제로 이어진 영적담화에서는 공통적으로 사회사도직 안에서 마음의 일치를 지향하며, 인격적인 만남과 연대로 함께 일할 때 느낄 수 있는 선물을 풍부하게 하자는 뜻을 나눴습니다. 더불어 일치된 인식과 공동 식별로 함께 성찰하며 같이 일하는 연습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이 시대가 듣고자 하는 ‘기쁜 소식’은 무엇인가, 우리는 기쁜 소식을 어떻게 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에서 출발해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나눌 수 있는 현장을 일구어가자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기억과약속2.jpeg

 

 마지막 제3세션은 사회사도직 위원장 전주희 수사님의 ‘UAP와 사회사도직의 방향성’ 주제 발표로 진행되었습니다. 전주희 수사님은 정일우 신부님과 프라이스 신부님 같은 걸출한 선배들이 선종하시고, 길을 잃고 헤매던 중 UAP가 희망이자 빛으로 다가왔던 스스로의 경험을 나누며 UAP는 목표나 일이 아닌 삶 그 자체임을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UAP의 특성 가운데 논의 과정에 공동체가 수평적으로 함께하는 ‘공동합의성’, 지성적 깊이를 통한 투신, 우리가 겪는 문제점들을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과도 함께 풀어가는 협력,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소외된 이들 곁에서 함께 걷는 태도를 강조했습니다.

 

정제천 관구장 신부님의 미사로 하루 종일 계속되었던 ‘기억과 약속, 예수회 사회사도직 50주년 기념 컨퍼런스’는 끝났습니다. 우리를 이끌어주었던 과거에 대한 기억과 회고, 길을 잃고 외로운 오늘에 대한 성찰, 막막한 현실 앞에서도 가난한 이들 곁에서 함께 걷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약속으로 풍성했던 하루였습니다.  (정다빈 멜라니아, 인권연대 연구원)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